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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동교동에서 독일 〈슈피겔〉 지와 인터뷰를 하다가 비서관으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때 나는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왜 그때 내가 그런 표현을 했는지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살아온 과거를 돌아볼 때 그렇다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노 전 대통령 생전에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에 처해지는 상황을 보고 아무래도 우리 둘이 나서야 할 때가 머지않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돌아가셨으니 그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나는 상주 측으로부터 영결식 추도사 부탁을 받고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지 못했습니다. 정부 측에서 반대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나는 어이없기도 하고 그런 일을 하는 정부에 연민의 정을 느꼈습니다. 마음속에 간직한 추도사는 하지 못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영결식장에서 하지 못한 마음속의 그 추도사를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의 추천사로 대신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신, 죽어서도 죽지 마십시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노무현 당신이 우리 마음속에 살아서 민주주의 위기, 경제 위기, 남북관계 위기, 이 3대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힘이 되어주십시오.

당신은 저승에서, 나는 이승에서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지켜냅시다. 그래야 우리가 인생을 살았던 보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당신같이 유쾌하고 용감하고, 그리고 탁월한 식견을 가진 그런 지도자와 한 시대를 같이했던 것을 나는 아주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저승이 있는지 모르지만 저승이 있다면 거기서도 기어이 만나서 지금까지 하려다 못한 이야기를 나눕시다. 그동안 부디 저승에서라도 끝까지 국민을 지켜주십시오. 위기에 처해 있는 이 나라와 민족을 지켜주십시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우리 국민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조문객이 500만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그것이 한과 한의 결합이라고 봅니다. 노무현의 한과 국민의 한이 결합한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억울한 일을 당해 몸부림치다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나도 억울합니다. 목숨 바쳐온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으니 억울하고 분한 것입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만든 민주주의입니까. 1980년 광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까. 1987년 6월항쟁을 전후해서 박종철 학생, 이한열 학생을 포함해 민주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까.

그런데 독재정권, 보수정권 50여 년 끝에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10년 동안 이제 좀 민주주의를 해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되돌아가고 경제가 양극화로 되돌아가고, 남북관계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나는 이것이 꿈같습니다, 정말 꿈같습니다.

이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은 “각성하는 시민이어야 산다.”, “시민이 각성해서 시민이 지도자가 될 정도로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말해온 ‘행동하는 양심’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 모두 행동하는 양심, 각성하는 시민이 됩시다. 그래야 이깁니다. 그래야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살려낼 수 있습니다.

그 길은 꼭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행동하면 됩니다. 무엇보다 바르게 투표하면 됩니다. 인터넷 같은데 글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민주주의 안 하는 정부는 지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위기일 때, 그것조차 못한다면 좋은 나라와 민주국가 이런 말을 우리가 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노무현 대통령은 타고난, 탁월한 정치적 식견과 감각을 가진 우리 헌정사에 보기 드문 지도자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느 대통령보다도 국민을 사랑했고, 가까이했고, 벗이 되고자 했던 대통령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서민 대중의 삶을 걱정하고 그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유일하게 자신의 소망으로 삼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당한 조사 과정에서 갖은 치욕과 억울함과 거짓과 명예훼손을 당해 결국 국민 앞에 목숨을 던지는 것 외에는 자기의 결백을 밝힐 길이 없다고 해서 돌아가신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다 알고 500만이 통곡했습니다.

그분은 보기 드문 쾌남아였습니다. 우리는 우리 시대에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를 가졌던 것을 영원히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바라던 사람답게 사는 세상,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적으로 사는 세상, 이런 세상을 위해서 우리가 뜻을 계속 이어가서 끝내 성취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렇게 노력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서거했다고 해도 서거한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우리가 아무리 500만이 나와서 조문했다고 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그 한과 억울함을 푸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분의 죽음은 허망한 것으로 그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노무현 대통령을 역사에 영원히 살리도록 노력합시다.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여러분,

나는 비록 몸은 건강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날까지,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이 허무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일을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연부역강(年富力强)하니 하루도 쉬지 말고 뒷일을 잘해주시길 바랍니다.

나와 노무현 대통령이 자랑할 것이 있다면 어떤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평화를 위해 일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후배 여러분들이 이어서 잘해주길 부탁합니다.

나는 이 책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가 그런 후배 여러분의 정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터뷰하고 오연호 대표 기자가 쓴 이 책을 보니 정치인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기 전후에 국민의 정부와 김대중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 책으로 참여정부와 노무현을 공부하십시오.

그래서 민주정부 10년의 가치를 재발견해 계승하고, 극복할 것이 있다면 그 대안을 만들어내서, 결국 민주주의를 위기에서 구하고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가길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깨어 있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어서도 죽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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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에 관대해야 미래가 열린다.

2009/07/03 12:13 | Posted by 벤자민 코넬리

저는 책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역사책을 좋아하지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역사속 인물들의 일대기를 보다보면 저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고, 감탄을 연발하곤 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역사책인데도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써주시는 작가님들도 많아져서 책을 고를 때면 언제나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역사책을 꼽자면, 저는 단연코 「시오노 나나미」님의 「로마인 이야기」시리즈를 꼽습니다. 1년에 한 작품씩 15년에 걸쳐 15권의 시리즈를 완성시킨 작가의 치밀함과 열정은 책의 내용을 떠나서 그 노력의 양 만으로도 저를 숙연하게 만들곤 합니다.


로마인이야기 세트 (전15권)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2008년)
상세보기

그리고 이 로마인 이야기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1권을 다시 꼽자면,
바로 2권, 「한니발 전쟁」을 꼽을 수 있습니다.


로마인 이야기. 2: 한니발 전쟁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1995년)
상세보기

한니발과 스키피오라는 명장들의 두뇌싸움은 물론이고, 로마가 위기에 처하자 한니발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똘똘뭉쳐 로마를 지켜낸 동맹도시들의 "끈끈함", 국고가 바닥나자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해 사재를 털어 국고를 채웠던 원로원 의원들... 정말이지 책장을 여는 순간부터 닫는 순간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전투에서 패배한 장수를 어떻게 처우하느냐에 대한 두 나라의 차이점이었는데요. 카르타고에서는 패장을 사형에 처한 반면, 로마에서는 패장이라도 다시 한번 만회할 기회를 주었죠.

저는 한니발과의 전쟁에서 로마가 결국에 승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패장에게 관대했던 로마의 자세"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니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많은 로마의 장군 중에는 패배를 딛고 일어나 큰 승리를 거둔 이들이 많았지요.

2권에 등장하는 장군 중에서는 "클라우디우스 네로"가 패배를 딛고 일어난 대표적인 케이스에 들어갑니다. 그는 한 때 적의 책략에 빠져 우물쭈물하다 적을 놓친 적이 있었으나, 몇년 뒤 보란듯이 바로 그때의 그 적을 섬멸하여 로마에 큰 공을 세운 장수입니다.

아마도 로마가 이처럼 패장에게 관대했던 데에는 "실수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웠을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는 이야기지요. 이는 끊임없이 무엇인가 개선해나가려 했던 로마인의 기질과도 연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로마인의 기질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언제나 체계화하기를 좋아하지만, 또한 더 나은 방법에 대해서는 항상 열려있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실제로, 로마라는 사회 자체가 처음엔 왕정으로 시작하여, 공화정으로 갔다가 다시 왕정으로 돌아가는 "변화"를 겪었으며, 국가의 규모도 조그만 도시국가에서 지중해를 제패한 제국으로 "변화"해왔으며, 군사제도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변화"하는 등, 끊임없이 변화를 겪은 사회였습니다.

이러한 로마인의 기질에서 "(모든 것이 변하는 만큼) 사람도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태어나게 되었고, 이러한 믿음은 패배한 장군들에게도 패배를 만회할 "두 번째 기회"를 주어 결국 큰 성공을 얻어낸 것이 아닐까요? 더군다나 한니발 전쟁과 같이 장기전이면서도 전면전이어서 인적자원이 엄청나게 소모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패장을 계속 사형시켰다면 전쟁 자체가 불가능했을테죠.

반면, 패장을 사형에 처한 문화권에서는 "한번 패배한 장수는 또 다시 패배할 것이다." 즉,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을 테구요. 듣자하니 과거 용맹을 자랑하던 고구려에서도 패장을 사형에 처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죽을 각오로 싸우라"는 강력한 동기부여이기도 하지만, 전쟁이란 것이 사람이 하는 일만큼이나 하늘이 하는 일이 작용하는 만큼 단 한번의 패배만으로 유능한 장수를 사형시켰다면 국가적인 손실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생각해보면,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도 패자에 관대한 사회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죠. 비교적 인생의 초반기인 20대에 학벌을 갖추지 못하면 "패배자"로 낙인을 찍어버리고, 또 대학 졸업 후에도 정규직이 되지 못하면 "패배자(비정규직)"으로 낙인을 찍어버리니 이래저래 "패배자"에 속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모험심, 도전의식 이런 것들을 잠시 접어두고, 고소득, 고용안정을 추구하게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패자에 관대했던 로마가, 패자에 엄했던 카르타고를 이겨 지중해를 제패하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사람은 변할 수 있다.", "실수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웠을 것"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패자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문화가 자리잡으면 실패를 만회하려는 패자들의 노력이 대한민국에 오히려 더 큰 성공을 가져다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끝으로, 안철수교수님의 한 말씀 올려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실패의 요람이죠. 하지만 실패를 용인한다는 게 달라요. 점점 성공의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실패를 하면 재기가 어렵기 때문에 20대 인재들이 도전을 꺼려요. 그래서 20대가 안정지향이 되는 거죠. 사회시스템이 이들을 소떼로 몰고 가는 거예요. 불량 청소년은 없어요. 불량어른만 있지요. -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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